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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규제 전쟁] 금융의 미래, 공존과 경쟁으로 재편되다

햇님 달님 2025. 12. 14. 06:31


2024년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서 처리된 이체 규모가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합산 거래량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이 압도적인 숫자는 더 이상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투자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JP모건 같은 전통 금융의 거인과 페이팔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정면으로 격돌하는 21세기 금융의 가장 뜨거운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대립 구도를 해부하고, 규제라는 새로운 규칙 아래 펼쳐질 금융의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합니다.


모든 것은 '변동성'에서 시작되었다

  • 치명적 변동성의 해결책으로 등장.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혁신을 가져왔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려웠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가치가 안정된 코인', 즉 스테이블코인임.
  • 초기 모델은 거래소의 디지털 칩. 2014년에 등장한 테더(USDT)는 주로 암호화폐 거래소 내에서 달러를 대신하는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일종의 거래용 '디지털 칩' 역할을 수행했음.


어떻게 가치를 안정시키는가: 디지털 보관증의 원리

  • 핵심 원리는 1:1 가치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핵심은 발행사가 보유한 준비금과 1:1로 가치를 연동(Pegging)하는 메커니즘에 있음. 이는 마치 디지털 물품 보관소의 '보관증'과 같은 원리임.
  • 신뢰를 담보하는 준비금 감사. 우리가 은행에 1달러 현금을 맡기면 그 가치를 증명하는 1달러 디지털 토큰(보관증)을 발행해 주는 것과 같음. 이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발행사는 보유한 준비금을 제3자 기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감사받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


두 번의 결정적 사건: 리브라 쇼크와 테라 붕괴

  • 빅테크의 통화 주권 도전. 스테이블코인이 세상의 주목을 받은 첫 계기는 2019년 페이스북(현 메타)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 발표였음. 수십억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거대 기업이 글로벌 통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각국 중앙은행에 통화 주권 상실이라는 심각한 경고를 보냈음.
  • 준비금 없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 각인. 두 번째 사건은 2022년 5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T)'의 붕괴였음. 담보 없이 가치를 유지하려던 시도가 실패하며 50조 원이 넘는 가치가 증발했고, 이는 각국 정부가 서둘러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음.


규제의 시대, 판이 바뀌다

  • 무법지대에서 규제 속 성장으로 전환. 테라 붕괴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 유럽연합(EU)은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2024년 12월부터 전면 시행했고, 미국 역시 2025년 7월 포괄적 규제 법안인 'GENIUS Act'를 통과시켰음.
  • 규제의 명확화가 성장을 촉진. 이 법안들은 발행사에 1:1 고품질 유동자산 준비금 보유와 정기 감사를 의무화했음. 역설적으로 규제의 명확화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 2025년 중반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를 초과하며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음.

 

전쟁의 서막: 전통 금융 vs 친코인 세력

 

  • 기존 질서와 신기술의 대결.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거대한 두 세력의 대결 구도로 요약할 수 있음. 이는 마치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규제 산업인 '택시'와 신기술로 무장한 '차량 공유 앱'의 대결과 유사한 양상을 보임.
  • 금융 안정과 기술 혁신의 충돌. 한쪽에는 금융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통 은행과 규제 당국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금융 혁신을 외치는 자산 운용사, 거래소, 빅테크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것임.


관점 1: 금융 안정 우선론 (The Incumbents' Defense)

  • 전통 금융의 핵심 논리는 위험 통제.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본질적으로 '뱅크런'에 취약하며, 테라 사태처럼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함.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가 자금세탁 등 불법 금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함.
  • 전략은 엄격한 규제와 통제. 따라서 이들의 전략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 틀 안에 편입시키는 것임. 더 나아가, 이는 마치 KTX 노선의 효율성은 인정하되 은행이 검증하고 통제하는 안전한 화물(토큰화된 예금)만 취급하여 위험을 관리하려는 시도와 같음.

 

관점 2: 기술 혁신 우선론 (The Challengers' Offense)

  • 친코인 세력의 핵심 동력은 혁신.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낡고 비효율적인 전통 금융을 혁신할 동력으로 보고 있음.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즉각적이고 저렴한 국경 간 송금 및 결제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함.
  • 미래 금융 인프라에 대한 베팅.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서클(Circle)에 직접 투자하고 페이팔이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을 발행한 것은 이러한 가능성에 베팅한 대표적 사례임. 이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DeFi와 토큰 증권(STO) 시장의 핵심 인프라 그 자체인 것임.


결론: 대결이 아닌 '공존과 경쟁을 통한 시장 재편'

  • EU의 MiCA와 미국의 GENIUS Act 같은 포괄적 규제의 등장은, 이제 시장이 '규제냐 혁신이냐'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규제 속 혁신'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명확히 보여줌.
  • 전통 금융은 스테이블코인을 '통제 가능한 형태'로 수용하려 하고, 친코인 진영은 '제도권 편입'을 위해 규제를 감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 실제로 2025년 6월 기준, 전 세계 금융기관의 약 49%가 결제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이미 사용 중이라는 통계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함.
  •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닌,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는 소수의 '은행 스테이블코인(신용창조)' '민간 스테이블코인(지급결제)'이 공존하고 경쟁하며 시장을 재편해 나갈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