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조용한 폭발, 숫자로 드러난 현실

  • 2025년, 디지털 자산 시장의 여러 담론 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통계 중 하나가 발표되었음.
  • 바로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규모가 연초 40억 달러에서 11월 기준 86억 달러로 110% 급증한 것임 (출처: Futunn.com).
  • 이 수치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은행의 '토큰화 예금'을 둘러싼 미래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시그널임.
  • 대중의 관심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대국민 테스트에 쏠려 있는 동안, 수면 아래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 혁신이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었음.
  • 본 글은 은행 토큰화 예금의 근본적인 배경과 구조를 해부하고, 왜 이것이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 금융이 아닌, 기관 금융의 '게임 체인저'로 먼저 자리 잡고 있는지 그 구조적 맥락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함.


1. 토큰화 예금의 탄생: 신뢰와 기술의 결합

  • 은행 예금의 디지털화: 은행의 토큰화 예금은 전통적인 은행 예금을 분산원장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임. 각 토큰은 은행에 예치된 실제 예금과 1:1 가치를 지니며, 법적으로 은행의 부채로 기록되어 기존 예금과 동일한 지위를 가짐.

전통 금융과 기술의 하이브리드: 이는 기존 예금 시스템이 가진 안정성, 신뢰성, 그리고 예금자보호법과 같은 규제 체계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 핵심임.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인 24시간 365일 실시간 결제, 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 거래 투명성 및 효율성 향상을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음.

배경 1 - 스테이블코인 신뢰 위기: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발생한 USDC 디페깅 사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내재적 취약성을 드러냈음. 이러한 사건들은 규제된 금융기관인 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음.

배경 2 - 기관 결제의 비효율: JP모건의 'JPM코인' 사례처럼, 은행들은 기관 고객 간의 거액 결제 및 자금 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찍부터 토큰화를 주목해 왔음.

배경 3 - CBDC 논의 확산: 각국 중앙은행의 CBDC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역할을 분담하는 '두 층 통화 시스템(Two-tier System)'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함. 토큰화 예금은 이 시스템의 핵심적인 소매 유통 채널로 간주됨.


2. 핵심 개념과 작동 원리: 비유로 이해하기

  • '카지노 칩'과 같은 토큰화: 토큰화 예금의 발행 과정은 카지노에서 현금을 게임 칩으로 교환하는 것과 유사함. 은행 계좌의 실제 원화(현금)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칩(예금 토큰)으로 1:1 교환하는 것이며, 이 칩의 가치는 항상 현금과 동일하게 보장됨.
  • '고속도로와 자동차' 같은 두 층 시스템: CBDC와 예금 토큰의 관계는 국가가 건설한 금융 '고속도로'(기관용 CBDC 네트워크)와 그 위를 달리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예금 토큰)로 비유할 수 있음. 상업은행들은 이 인프라 위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임.
  • '자판기' 같은 프로그래밍 가능성: 토큰화 예금의 혁신적 기능인 스마트 컨트랙트는 자판기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음. 'A조건이 충족되면 B에게 자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라'와 같은 계약 조건이 코드로 입력되어, 제3의 중개자 없이 계약을 신뢰하고 이행할 수 있게 만듦.

 

3. 한국의 실험: '한강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

  • 대규모 실거래 테스트: 한국은행은 토큰화 예금의 실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CBDC 연계 예금 토큰 테스트인 '한강 프로젝트'를 진행했음. 이 테스트는 2025년 4월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되었음.
  • 국민 10만 명 참여: 이번 테스트에는 약 10만 명의 일반 국민과 KB국민, 신한 등 총 7개의 주요 상업은행이 참여하여 실생활 활용 가능성을 점검함 (출처: The Korea Herald, The Block). 참여자들은 은행 앱을 통해 예금 토큰을 발급받아 QR 결제나 조건부 자동 지급 기능을 체험함.
  • 높은 현실의 벽: 그러나 프로젝트 이면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했음. 1단계 사업에 참여한 은행들의 총 투자 비용이 약 350억 원(약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됨 (출처: ChosunBiz).
  • 수익 모델의 부재: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상용화 로드맵이나 수익 모델이 부재하자, 결국 2단계 사업은 잠정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함. 이는 소매 금융 분야에서 토큰화 예금이 넘어야 할 높은 장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음.


4. 두 개의 트랙: 기관 금융 vs. 소매 금융

'한강 프로젝트'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기관 금융 분야에서는 토큰화 예금(및 유사 자산)의 채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 이는 토큰화 예금의 미래가 두 개의 다른 트랙에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함.

 

4.1. 관점 A: 기관 금융 혁신 우선론 (상용화 가능성: 높음)

  • 빠르고 강력한 성장 동력: 토큰화 예금은 소매 금융보다 기관 금융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분석됨. 기관 금융은 국경 간 송금, 증권 결제 등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효율(시간 지연, 높은 수수료)을 해결하려는 명확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임.
  • 직접적인 문제 해결 능력: 토큰화 예금의 24/7 실시간 결제, 거래 단계 축소, 조건부 자동 지급 기능은 이러한 'Pain Point'를 직접적으로 해결함. 앞서 언급된 토큰화 MMF 시장의 110% 성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온체인 유동성과 효율성에 부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임.
  • 단계적 상용화 시나리오: 단기적으로는 JP모건의 JPM코인처럼 폐쇄형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기업 간 자금 이체 효율화에 집중될 것임.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은행 네트워크가 상호 운용성(예: Project Agora)을 확보하며 다양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임.


4.2. 관점 B: 소매 금융 신중론 (상용화 가능성: 낮음/중간)

  • 전면 상용화의 어려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 금융에서 토큰화 예금의 전면적인 상용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에 따라 좌초될 수도 있음. 소매 금융에는 이미 실시간 계좌이체, 간편결제 등 충분히 편리한 시스템이 존재하여 소비자들이 느낄 추가적인 효용이 크지 않기 때문임.
  • 비용 부담과 수익 불확실성: 반면 은행들은 '한강 프로젝트'에서 드러난 350억 원과 같은 막대한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함. 동시에 뚜렷한 추가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임.
  • CBDC와의 경쟁 관계만약 중앙은행이 직접 소매용 CBDC를 발행하기로 결정할 경우, 은행의 예금 토큰은 역할이 모호해지거나 예금 이탈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가 존재함. '한강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의 잠정 중단은 이러한 현실적 장벽을 명확히 보여줌.


5. 결론: 비대칭적 미래의 도래

  • 객관적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관점을 종합할 때, 토큰화 예금의 미래는 매우 비대칭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임. 기관 금융 분야에서는 명확한 문제(비효율)와 확실한 해결책(실시간/자동화 결제)이 존재하기에 토큰화 MMF 시장의 성장과 같이 그 도입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임. 반면 소매 금융 분야에서는 막대한 투자 비용, 미미한 소비자 효용, 그리고 소매용 CBDC와의 불확실한 관계라는 구조적 장벽으로 인해 전면적인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

    결론적으로 토큰화 예금은 '기관 금융'과 '소매 금융'이라는 두 개의 트랙에서 매우 다른 속도와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됨.
Posted by 햇님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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