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2021년에 시작되었음
- 2025년 현재 리플(Ripple), 서클(Circle)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의 감독을 받는 신탁은행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함.
- 모든 변화의 시작은 2021년이었으며, 당시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내린 결정은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음.
- 본 글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OCC의 신탁은행 승인이 가지는 의미와 그 이면의 복잡한 구조를 검토해보려고 함.
미국 은행 감독 시스템과 OCC의 역할
- 미국의 이중 은행 시스템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규제 권한을 나누어 갖는 구조를 근간으로 함. 이는 각기 다른 법규와 감독 체계를 만들어내는 배경이 되었음.
- 연방 3대 감독기관은 통화감독청(OCC), 연방준비제도(The 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 구성되며, 이들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축으로 기능함.
- OCC의 핵심 역할은 재무부 산하 독립 기구로서 모든 국법은행(National Bank)과 연방 저축기관에 대한 인허가, 규제, 감독을 총괄하는 것임. OCC는 은행의 설립과 운영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임.
- OCC를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자동차가 도로 위를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면허를 발급하고(인가), 차량을 검사하며(감독), 교통 법규를 집행하는 **'금융계의 교통안전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함.
'신탁은행'은 무엇이 다른가?
- 미국 은행은 ▲설립 법규의 출처와 ▲주된 업무의 유형이라는 두 기준으로 분류됨.
- 국법은행(National Banks)은 OCC의 허가를 받아 연방 감독을 받고, 주법은행 (State Banks):은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아 주 감독을 받음.
- 업무 유형에 따라, 예금 및 대출을 수행하는 것이 상업은행(Commercial )이며, 고객 자산의 보관 및 관리(수탁)에 중점을 두어 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신탁은행(Trust).
- 엄격히 제한된 업무 범위는 OCC가 암호화폐 기업에 내어준 인가가 일반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 아닌 '신탁은행(Trust Bank)' 자격이라는 점. 이들의 업무 범위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됨.
- 가장 큰 차이점은 고객의 예금을 수취하여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전통적 은행 업무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는 점임(출처: BankingDive). 이로 인해 이들 은행은 FDIC의 예금 보험 대상이 아니며, 이 점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됨.
- 핵심 업무는 수탁 서비스로,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에 집중됨. 일반 은행이 돈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전당포'와 '대부업' 기능을 모두 한다면, 암호화폐 신탁은행은 오직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귀중품 전문 보관소(금고)' 역할에 특화된 것임.
2021년, 첫 승인의 서막
- 최초의 연방 승인은 2021년 1월 13일,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이 연방 신탁은행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이루어졌음(출처: OCC News Release). 이는 암호화폐 기업이 연방 규제 체계 안으로 들어온 첫 번째 공식 사례였음.
- 당시 정책 방향은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OCC 청장 대행의 주도하에 핀테크 혁신을 장려하고 디지털 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는 의지의 결과물이었음. 앵커리지의 승인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다른 기업들의 인가 신청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음.
- 연이은 승인 흐름은 프로테고(Protego)는 2021년 2월, 팍소스(Paxos)가 2021년 4월 23일에 승인을 획득하였음.
'조건부 승인' 의미와 최종 승인 과정
- '조건부 승인(Conditional Approval)'의 본질은 최종 영업 허가가 아닌, 특정 전제 조건의 충족을 요구하는 예비 단계임. 이는 신청 기업이 OCC가 요구하는 기준을 완벽히 갖추었음을 증명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함.
- 주요 이행 조건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 확보, 유동성 관리 계획, 견고한 위험 관리 시스템 구축,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 등이 포함됨. 이 과정을 마치 대학교가 **'특정 과목 A학점 이수를 조건으로 입학을 허가'**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음.
- 이미 조건을 충족했거나 거의 완료한 기업(특히 BitGo와 Paxos)은 수개월 내 (3~6개월)에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고, 신규 신청 기업(리플, 서클)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은 OCC의 요구사항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6개월에서 1년(2026년 중반~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됨.
2025년 주요 승인 기업
- 리플(Ripple): 국경 간 결제 솔루션의 강점을 바탕으로 연방 신탁은행 인가를 통해 자사 유동성 허브 및 결제 네트워크의 신뢰도를 기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함.
- 비트고(BitGo): 디지털 자산 수탁 분야의 전통적 강자로서, 연방 인가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기관 투자자 대상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음.
-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Fidelity Digital Assets):은 거대 전통 금융사인 피델리티의 디지털 자산 부문으로, 연방 신탁은행 자격은 기관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규제 준수와 안정성을 약속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음.
- 팍소스(Paxos): 스테이블코인(USDP) 발행사로서, 연방 인가는 자사 금융 상품의 안정성과 규제 준수 능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됨.
- 서클(Circle):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로서, 연방 신탁은행 인가를 통해 USDC 준비금을 연방정부의 감독하에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증명하며 시장 신뢰를 확보함.
평가: 혁신 촉진 vs 시스템 리스크
- 긍정적 관점인 금융 혁신은 OCC의 승인이 암호화폐 산업에 절실했던 '규제 명확성'을 제공한다는 데 초점을 맞춤. 연방 차원의 단일 규제는 50개 주마다 다른 법규에 대응해야 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함. 일부 기업은 이러한 노력 덕분에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그들의 규제 준수 폼이 미쳤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함.
- 부정적/신중론적 관점은 미국은행가협회(ABA) 등 전통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기됨. 이들은 암호화폐 기업이 FDIC 예금 보험 없이 '은행'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경고함. 또한 전통 은행 수준의 규제를 완전히 충족하지 않으면서 연방 인가의 혜택만 누리는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 문제를 우려함.
과도기적 신뢰 검증의 단계
- OCC의 암호화폐 신탁은행 인가는 디지털 자산이 변방에서 주류 금융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중대한 전환점임이 분명함.
- 그러나 이는 완결된 성공이 아닌, 엄격한 규제 감독하에 신뢰를 쌓아가는 **'과도기적 과정'**으로 해석해야 함.
- 궁극적으로 이들 암호화폐 신탁은행의 성공 여부는 기술 혁신과 금융 안정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균형을 맞추는가에 달려있을 것으로 분석됨.
Posted by 햇님 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