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유동성의 3대 핵심 축과 상호작용
- 주체가 다른 세 개의 물탱크. 미국 유동성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물탱크로 비유할 수 있음. 첫째는 시중 은행이 소유한 '지급준비금(Reserves)', 둘째는 미 재무부가 소유한 '재무부 일반계정(TGA)', 셋째는 MMF(머니마켓펀드) 및 투자자들이 소유한 '역레포(RRP)'임. 이들은 주인은 다르지만 모두 연준(Fed)이라는 거대한 단일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
- 유동성의 활성 상태와 비활성 상태. 이 돈들은 연준 장부상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짐. '지급준비금' 물탱크에 있는 돈은 언제든 대출과 투자가 가능한 '활성 자금'이지만, 'TGA'나 'RRP' 물탱크에 있는 돈은 시장에서 격리된 '비활성 자금'으로 간주됨.
- 물탱크 간 이동이 곧 유동성의 변화. 따라서 유동성 분석의 핵심은 돈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물탱크 사이에서 자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하는 것임. TGA나 RRP로 돈이 흘러가면 시장은 가뭄(긴축)을 겪고, 반대로 그곳에서 돈이 흘러나오면 시장은 단비(완화)를 맞게 됨.

2. TGA(재무부 일반계정)의 자금 이동 경로
-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정부의 지갑. TGA(Treasury General Account)는 미국 재무부가 연준에 개설한 수시 입출금 통장임. 정부도 우리와 똑같이 세금을 걷거나 빚(국채 발행)을 내서 돈을 모아두는데, 이 돈이 보관되는 장소가 바로 TGA임. 이 통장의 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시중에 있던 돈이 정부의 금고로 흡수되었음을 의미함.
- 국채 발행 시 자금의 이동 메커니즘.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 은행이나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지급준비금)을 지불하고 국채를 매입함. 이때 전산상으로는 은행의 '지급준비금' 계좌에서 숫자가 차감되고, 재무부의 'TGA' 계좌로 숫자가 더해짐.
- 지급준비금 감소와 유동성 축소. 이 과정에서 연준의 전체 부채 총량은 변함이 없으나, 구성 항목이 바뀜. 시중 은행이 대출 여력으로 쓸 수 있는 '지급준비금'이 줄어들고 정부만 쓸 수 있는 'TGA'가 늘어났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로는 유동성이 축소되는 효과가 발생함.
3. TGA 지출과 유동성 재공급
- 정부 지출이 유동성을 늘리는 과정. 정부가 TGA에 쌓아둔 돈을 영원히 쥐고 있지는 않음. 공무원 월급을 주거나, 도로를 깔거나, 국방비를 지출할 때 TGA 계좌의 빗장이 열림. 재무부가 수표를 발행하거나 계좌 이체를 하면 TGA 잔고는 감소함.
- 민간으로의 자금 환류. 정부로부터 돈을 받은 공무원이나 건설사는 그 돈을 자신의 거래 은행에 예금함. 해당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아 다시 연준의 본인들 계좌(지급준비금)에 예치하게 됨. 즉, TGA에서 빠져나온 돈이 돌고 돌아 다시 은행의 지급준비금 계좌로 꽂히게 됨.
- 흡수와 공급의 순환 구조. 결론적으로 세금 납부 시즌이나 대규모 국채 발행 시기에는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말라붙고(TGA 증가),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시기에는 유동성이 다시 풍부해지는(TGA 감소) 순환 사이클을 이해해야 시장의 단기 자금 흐름을 읽을 수 있음.

4. RRP(역레포)의 개념과 금리 조절
- 연준이 제공하는 초단기 파킹 통장. RRP(Reverse Repo, 역레포)는 시중 은행이나 MMF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연준에게 돈을 빌려주고(맡기고) 국채를 담보로 받는 거래임. 사실상 연준이 제공하는 '초단기 정기 예금'과 유사하며, 시장의 잉여 자금을 흡수하는 기능을 함.
- 역레포 금리(ON RRP Rate)의 위력. 연준은 이 RRP에 적용하는 금리를 조절하여 자금의 흐름을 통제함. 만약 연준이 "이자를 많이 쳐줄게(금리 인상)"라고 하면, MMF 등은 위험하게 민간 시장에 돈을 굴리는 대신 안전한 연준 RRP에 돈을 맡기려 함.
- 유동성 흡수 및 하한선 역할. 이렇게 돈이 RRP로 몰리면 시중의 유동성은 연준 금고로 잠기게 됨(흡수). 또한, 이 금리는 시장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금리 하한선(Floor)' 역할을 수행하여 통화 정책의 효율성을 높임.
- 연준 역레포 한도 통제. 금융기관은 연준 역레포에 무제한으로 돈을 맡길 수 없으며, 연준은 자금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개별 기관당 최대 예치 한도를 설정함. 또한, 시장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여 전체 총액 한도를 조절할 권한이 있음. 이는 유동성 부족 시 자금이 시장 내에서 유통되도록 유도하는 등, 역레포가 연준의 전략적인 통화정책 수단임을 의미함.
5. MMF의 선택과 RRP 잔고 변동의 의미
- 수익률을 쫓는 MMF의 합리적 선택. MMF(머니마켓펀드)는 개인과 기업의 단기 자금을 굴리는 거대한 자금줄임. 이들은 철저히 금리에 따라 움직임.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재무부가 발행한 단기 국채(T-Bills)의 금리가 연준이 주는 RRP 금리보다 매력적이었음.
- 자금의 대이동: RRP에서 국채 시장으로. 이에 따라 MMF는 연준 RRP 계좌에 넣어뒀던 돈을 대거 인출하여 단기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음. 이는 'RRP 잔고 감소'라는 데이터로 나타남. 연준 금고에서 잠자던 돈이 깨어나 국채 시장으로 이동한 것임.
- 유동성 공급 효과의 발생. RRP에서 나온 돈이 국채를 매입하면, 그 돈은 국채를 판 주체(정부 등)를 거쳐 다시 시중 은행의 시스템(지급준비금)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커짐. 즉, RRP 잔고의 감소는 잠겨있던 돈이 시장으로 방출되는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내며 시장을 지지했음.
6. 양적긴축(QT)과 RRP의 방파제 역할
- QT의 충격을 대신 흡수한 RRP. 연준은 지난 몇 년간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을 강행했음. 교과서적으로는 연준 자산이 줄면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줄어들어 시장이 발작해야 했음. 하지만 이번엔 달랐음.
- 지급준비금 방어의 메커니즘. 연준이 자산을 줄이는 동안, 부족해진 민간의 자금을 MMF가 RRP에서 뺀 돈으로 채워주었음. 즉,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빠져나가는 대신, MMF의 'RRP' 자금이 빠져나가 국채를 사준 셈임.
- 기술적 방파제의 소멸. 이 과정 덕분에 시중 은행의 핵심 유동성인 지급준비금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음. RRP가 지급준비금 대신 매를 맞아주는 '방파제(Buffer)' 역할을 한 것임. 그러나 2026년 현재 이 방파제가 모두 소진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임.




